2024.06.28 (금)

  • 맑음동두천 29.0℃
  • 맑음강릉 29.3℃
  • 맑음서울 30.0℃
  • 맑음대전 31.6℃
  • 맑음대구 32.9℃
  • 구름조금울산 25.1℃
  • 흐림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5.4℃
  • 구름많음고창 27.3℃
  • 흐림제주 25.8℃
  • 맑음강화 26.2℃
  • 맑음보은 30.5℃
  • 구름조금금산 29.7℃
  • 구름많음강진군 26.3℃
  • 구름많음경주시 27.9℃
  • 구름조금거제 24.8℃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주요이슈

기후위기 헌법소원 최종 변론: NDC와 국제 의무, 청구인과 정부의 대립

청구인 측: 대한민국의 NDC는 국제 평균 감축 목표에 크게 뒤처져
정부 측: 2030 NDC는 파리협정에 충실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결과

 

정부의 부족한 기후변화 대응으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제기된 기후위기 헌법소원, 이른바 ‘기후소송’의 마지막 변론이 열렸다. 지난 1차 변론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여부를 따졌다면, 2차 변론은 ‘NDC가 파리협정 등 국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방이 펼쳐졌다.

 

헌법재판소는 21일 기후소송의 두 번째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변론은 앞서 열린 1차 변론에 이어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을 원고로 한 ‘청소년기후소송’을 비롯해 2021년 기후위기비상행동·녹색당 등 약 130명이 참여한 ‘시민기후소송’, 2022년 6월 어린아이 62명을 원고로 한 ‘아기기후소송’, 2023년 7월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이 제기한 건을 포함한 총 4건의 ‘기후소송’을 병합해 심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인 만큼 마지막 변론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구인 측, NDC 국제 평균 감축 목표에도 크게 뒤쳐져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자리한 박덕영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NDC가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설정됐다고 비판했다. 박덕영 교수는 “NDC 설정은 자유 재량행위가 아니라 기속적 재량행위다.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책임이 크고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강한 국가들은 그 책임과 능력에 합당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의 목적인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 달성에 따른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하며, 현행 NDC가 온난화 수준을 3℃까지 이르게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2030 NDC가 파리협정의 목표온도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2030년을 전후로 우리 몫의 탄소예산을 소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IPCC 전지구적 평균 감축 목표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높은 의욕을 반영해 ‘차별적 공동책임의 원칙(CBDR-RC)’에 따라 탄소예산 등의 정량화 방식을 고려한 2030 NDC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2030 NDC’...파리협정에 충실한 것

이에 맞서 정부 측에서는 전 외교통상부 UN 기후대사인 유연철 대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진술했다. 유연철 전 대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적이고 균형되게 반영해야 하므로 총체적, 균형적, 동태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 더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한다. 협정을 맺은 당사국들은 5년마다 NDC를 설정해 점검·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에 상향된 ‘2030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제출했다.

 

유 전 대사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제1차 NDC 목표를 대폭 상향해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에 탈탄소가 어려운 세 가지 산업 분야가 있는데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분야이다. 때문에 산업 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전했다.

 

유 전 대사는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정부 자체적인 판단이 아닌 구성원 합의에 의해 도출된 근거에 기반해 이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며 “2050 탄소중립 목표도 청소년, 기후단체 등 다양한 관계자와 논의를 거친 후 설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0 NDC 폐지에 대해서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한 파리협정에 의해 2030 NDC로 전환된 것이지 정부가 고의적이고 자의적으로 감축목표를 없앤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대사는 “2030 NDC는 파리협정이 제시한 지향점에 따라 절대량 방식으로 변경해 제출한 것으로 파리협정에 충실했고 부문별 감축수단도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수단이다”라며 “국제사회도 한국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최종 변론에 초등생 포함 청구인 3명 직접 나서

최종 변론에는 아기기후소송에 참여한 흑석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양이 법정에 직접 나와 미래 생존 위협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한제아 양은 “저는 지구 환경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알면 알수록 제 미래가 위험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이 소송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기후위기가 닥친 상황에서도 살아가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리 세대에게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이다”고 말했다.

 

시민기후소송에 참여한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도 최종 변론에 참여했다. 황인철 팀장은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기후위기로 인해 안전한 사회의 토대가 무너지고, 불평등의 골이 깊어졌고, 인간과 비인간,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삶이 위태로워졌으며 기후위기는 많은 것을 앗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헌재의 판결로 기후위기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헌법이 명령하는 국가의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기후위기 시대 국가의 우선적인 책무가 시민의 삶과 기본권을 지키는 것임을 헌법재판소가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김서경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있는 청소년들의 외침이 아이들의 투정이나 동정심, 연민정도로만 받아들여질 뿐 동등한 주체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외쳤다.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 앞에서 안전할 수 있는 대응책을 달라고 요구해도 돌아오는 답은 ‘기특한 청소년’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며 “헌법소원은 우리가 던지는 마지막 믿음이다. 우리의 자리를 내어준 이 판단을 마지막으로 믿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