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신병훈련소에서 한 훈련병이 군기훈련 도중 쓰러져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지휘관이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육군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에서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규정 위반 정황이 사실인지 민사경찰과 군사경찰이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3일 오후 5시 20분경 강원도 인제군의 신병훈련소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중 한 명이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지난 25일 숨졌습니다. 당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은 모두 6명으로, 이들은 지난 13일 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지휘관의 규정 위반과 무리한 군기훈련

해당 지휘관은 군기훈련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기훈련은 정신수양 교육과 체력단련으로 구분되는데, 체력단련에는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가 포함되지만,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없습니다.

규정상 군기훈련은 하루에 2시간 이내로 실시하며, 1시간을 초과하면 휴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명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은 규정 위반 시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로 가벼울 때 부여됩니다.

만일 규정에 맞지않는 훈련을 실시한 것이 밝혀질 경우, 해당 지휘관은 이에 따른 징계를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군인권센터, 지휘관의 건강 이상 징후 무시 주장

군인권센터는 이날 훈련병의 건강 이상 징후를 지휘관이 무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6명의 훈련병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이를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육군은 이번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기기로 결정하고 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사망한 훈련병에 대한 순직심사위원회를 열어 순직을 결정하고, 일병으로 추서했습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군과 민간 경찰은 이날 부검을 진행했으며, 장례는 유가족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입니다.

군 당국의 안전대책 소홀 논란 커질 전망

공식 수사에서 지휘관의 규정 위반으로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이어 군 당국의 안전대책 소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1일 육군 3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소대장이 다친 바 있습니다.

또한,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층의 수가 줄어들 것을 고려했을 때 군대 내에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는 청년층들이 생겨난다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군대 내 안전 강화 대책이 시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날 강원도 양구군의 또 다른 육군 부대의 위관급 장교가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은 민간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