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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및 재난

노동자 안전 사망 사고 급증, 숨겨진 진실

사업장 정보 비공개, 중대재해 예방의 걸림돌
통계에서 드러나지 않는 사고 원인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138명이다. 이들은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속한 사업장과 기업명은 비공개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은 모순이 산업재해 통계 발표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1~3월 재해조사 대상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138명)는 지난해 같은 기간(128명)보다 10명 늘었다. 이 기간 숨진 경남지역 노동자는 13명이다. 경기(36명) 다음으로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특히 경남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6명)보다 7명이 더 사망했는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문제는 당장 고용노동부 통계만 봤을 때 어떤 원인으로 경남에서 사망 사고가 급증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통계를 내놓으면서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임에 따라 관련 업종의 산업활동 증가 등과 맞물려 1분기 사고사망자 수가 증가한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적·업종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진단이다.

 

기업명 비공개, 예방 효과 미미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명이 빠져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가 벌어진 기업명을 관련 재판이 모두 끝나고서 공개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수년 뒤에야 기업명이 공개되는 셈이다. 기업명이 공개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예방 효과도 사실상 미미하다.

 

고용노동부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자료에 사고 발생 기업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로 피의사실 공표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을 꼽았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기업명을 밝힐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업 보호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피의사실 공표죄 목적 자체가 개인의 인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인데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명을 밝히는 것은 보호 범위 밖”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기업명 공개는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 영향을 주는 정보가 아니라 단순한 객관적 사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정부가 중대재해 사업장을 감추는 것과 달리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기업명을 비롯해 법 위반과 과태료 부과 내역, 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다. 영국 보건안전청(HSE)도 사업장보건안전법을 위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경위와 기업명, 기소 사실, 벌금 액수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번 통계에는 지역적·업종별 특성 또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경남지역에서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조선업은 제조업에 포함돼 있어 현황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통계를 발표해야 지역에서도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적절한 곳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면서 “노동자들도 자기가 일하는 사업장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아야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지금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