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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및 재난

광주 학동참사 3주기: 여전히 멈춰있는 시간, 해결되지 않은 책임

책임자 처벌 미완료,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관심 필요
희생자 추모공간 조성 계획, 참사 반복 막기 위한 교육 강조

 

광주 시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던 광주 학동참사가 어느덧 3주기를 맞았다. 참혹했던 참사 현장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끔히 치워졌지만, 희생자 9명의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있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도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화정아이파크 참사에 한순간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후진국형 인재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인근 정류장을 지나던 운림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인해 애꿎은 승객 9명이 숨지고 버스기사 등 8명이 다쳤다.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고 직후 광주경찰청은 7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본부를 꾸렸다. 조사 결과 감리자는 단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실시하지 않는 등 감리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원청·하청업체 현장 관리자들은 시공업체가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철거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

 

경찰은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에 기반을 둔 무리한 철거 방법 선택, 원청·하청·감리업체 안전관리자들의 주의 의무 위반 등을 지목했다.

 

3년째 매듭 못 지은 책임자 처벌

총체적 부실 공사로 인한 명백한 인재였지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현재 진행형이다. 재판부는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빼먹은 공사대금이 참사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직접적인 참사 책임자인 하청업체 책임자와 감리 등 3명에게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현산 책임자 등 4명은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1심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호소하거나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 대표와 전직 재개발조합장 등 3명도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별도로 철거·시공 하청 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현산 대표 등은 다음달 12일 1심 선고를 받는다.

 

이진의 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참사 책임자에 대해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해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게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며 "지지부진한 책임자 처벌이 하루빨리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하반기 내 착공…추모공간 조성도 합의

참사 현장인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내 건물도 이제는 대부분 철거됐다. 남은 2곳에 대한 철거까지 모두 완료되는 올해 하반기 착공 신고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소를 합의하지 못해 조성하지 못하고 있던 추모공간의 윤곽도 나왔다. 참사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학동행정복합센터와 광주천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활용하는 것으로 정했다. 희생자 9명을 기리는 나무 9그루를 심고 '시간의 순환'을 의미하는 원형 바닥도 만든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 등도 함께 설치할 예정이다.

 

또 최근 참사 버스인 '운림54번'의 원형을 보존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의견도 나왔다. 현재 운림54번은 북구 각화정수장에 임시보관돼 있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세월호 참사처럼 원형을 보존하는 것도 참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안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발생한 참사다"며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진국의 기법도 배울 필요가 있다. 반복된 교육과 훈련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모 공간 설치에 관해선 피해자의 목숨을 이용해서 기득권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만드는 등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어 이 점에 대해선 심히 우려가 되는 면이 크다.